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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버드맨>, 비할 수 없는 '존재'의 가치

by 움이야기 2015. 3. 20.

지금 누군가는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누군가는 인생의 전성기에 있으며, 또 누군가는 최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버드맨>은 한때 헐리우드에서 슈퍼 히어로의 역할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러나 이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한 배우가 다시 날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 서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질문을 던집니다. '이 생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얻었는지?' 주인공의 브로드웨이 데뷔 연극의 원작자인 레이먼드 카버의 글을 빌어 대답합니다. 'To call myself beloved, to feel myself beloved on the earth' 삶의 목표는 사랑받는 거라고. 그러나, 영화는 내내 다시 묻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과연 누구로부터의 사랑인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있었던 주인공은 한때의 영광, 슈퍼히어로라는 배역 말고는 스스로에 대해 늘 불안 뿐이었습니다. 다른 이의 시선, 다른 이의 평가를 기준으로 나를 볼 때 나는 늘 부족하며 다른 이의 변화무쌍한 마음을 예측할 수 없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를 다시 날게하는 힘은 다른 사람의 평가나 대중의 인기에 있지 않고 바로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남들이 보는 나의 겉치례, 허울, 포장이 아니라 내가 나 그대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시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랜 무명 끝에 불안감에 떨며 첫 무대를 준비하는, 그러나 엉망진창이 된 프리뷰로 절망에 빠져있는 여배우에게 "너는 지금까지 아주 잘하고 있다"는 주인공의 말 한마디가 구원이 됩니다. 약물에 빠져있다가 재활원을 막 나와 마지못해 아빠를 돕고 있는 딸, 스스로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아빠는 서로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 자체로도 위안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꼭 무엇이 되어야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존재 자체로도 위대합니다. 나 자신이 하나의 세상이고 하나의 우주입니다.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면, 그리고 그 사랑을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함께 한다면 지금이 나의 전성기고, 나는 추락을 염려하지 않는 슈퍼히어로인 것입니다. <버드맨>, 보는 내내 위로가 되고 보고 나서 큰 용기가 생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