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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건강인가 -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by 움이야기 2015. 3. 9.

세계 여성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여성노동자 1만5000여명이 모여 평등한 선거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며, 해마다 전세계 여성들이 모여 여전히 불평등한 여성의 지위, 침해받고 있는 권리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UN이 정한 공식 기념일입니다. 





최근 '페미니스트가 싫어 IS에 가담한다'는 한 청년의 주장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페미니스트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시대가 어느시대인데 아직도 여성주의냐', '오히려 역차별이 문제 아니냐'고 하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OECD 국가 중 한국 남녀의 임금격차가 제일 높다는, 사회생활에서의 평등을 반영하는 '유리천장지수'가 가장 낮다는 무수한 통계수치를 일일이 들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왜 여전히 '여성'건강인지, 여성건강에서 중요히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로부터, 한의서에서는 '여자 한 명을 치료하는 것이 남자 열 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 남녀의 성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랫동안 '백인 남자'의 생리를 인간의 정상 생리기준으로 여겨왔던 관례에 비해 진일보한 관점입니다. 여성은 여성만의 생리가 있고, 이것이 특히 정서, 감정상태와 민감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치료자는 이를 세밀하게 고려해야한다는 진료지침입니다.

 

남성에게는 '오장육부'가 있지만, 여성에게는 '육장육부'가 있다고 말할만큼 여성의 건강은 여섯번째 장부인 '자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호르몬 분비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매달 배란, 월경, 임신 등 생리활동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생식기능만을 주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월경은 여성의 몸이 전하는 메세지로, 여성이 건강하지 않을때, 몸의 균형과 조화가 깨어졌을때,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할때, 건강을 챙기라는 경고신호이기도 합니다.

 

또한 여성의 건강은 '감정(emotion)'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월경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로 배란기, 월경전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심할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증상(somatisation)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이후 월경불순, 무월경, 조기폐경에 이르기도 하는 것은 감정과 정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 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건강을 살필때는 몸 뿐 아니라 마음을 같이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 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살필 때 빠트리지 않고 고려해야 할 것이 여성이 처한 '사회적 환경'입니다. 건강이라는 것은 그저 몸의 현상으로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사건건 여성이라고 차별받는 미생의 안영이씨라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슈퍼우먼이 되어야하는 손차장이라면(드라마 <미생>이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가 선정한 성평등 디딤돌에 선정되었지요) 불평등한 환경의 해결없이 건강한 몸이 가능할까요. 최근 여성민우회가 백화점 여성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장시간 서서 일하면서 근무중 물도 자주 마실 수 없고 화장실도 자주 갈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근무환경의 개선 없이 어떻게 건강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여성의 건강은 사회구성원 절반의 건강이기도 하지만, 평생 건강이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결정된다는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이론을 빌리자면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태어나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