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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임산부에게 결혼했는지 묻지 않기, 의료법 개정안 발의

by 움이야기 2015. 5. 14.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 임산부를 진료할  결혼 여부를 묻거나 기록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소식입니다('임산부 진료 시 혼인 여부 질문, 기록 금지법 추진). 

소식을 듣고, 그동안 진료실에서 종종 고민해왔던 의사를 위한 질문과 환자를 위한 질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여성 환자에게 의사는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결혼 여부를 묻는 것,  정확하지도 않은 의사 편의 위한 질문

'부부', '부부관계'를 전제로 한 '불임'의 정의도 바뀌어야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미혼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방지하고 인권을 보호하기위한 취지라고 합니다. 결혼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미혼 임산부가 느낄 있는 수치감을 생각하면 늦은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입니다 기사를 접하고 저 또한 여성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점이 많았구나'라고 반성습니다.

 

의과대학에서도 그러하겠지만, 한의과대학에서도 환자를 체크해야 할 문진에 대한 교육을 받습니다. 환자의 과거력, 가족력, 여성의 경우 월경력 등이 대표적으로 중요한 질문입니다. 묻는 것만으로도 질병의 반은 알아낼 있습니다. '결혼 여부' 여성환자를 중요한 질문 하나입니다. 혹시 임신 가능성이 있는지, 지금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 혹시 산부인과적 질환과 관련있는 것이 아닌지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여성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데 혹시 임신성 복통이 아닌지, 성병과 관련된 질염골반염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성관계 경험을 물어야 하는데 아직도 여전히 여성환자에게 '성관계 경험이 있는지' 묻는 것보다는 '결혼했는지' 묻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간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결혼 여부' 묻는 질문은 의사의 편의를 위한 의사 중심의 질문이면서, 동시에 질문이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미혼여성의 성경험이 일반화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결혼 여부를 물었을때 미혼이라 대답했다 하더라도 정보가 질병을 파악하는 데 정확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료실에서 아무 생각없이 환자들의 결혼 여부를 물어왔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물론, 제가 보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임산부 보다는 임신이 안 돼서 오시는 난임, 반복유산 여성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기혼여성이기는 합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 임신 시도를 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결혼한 연도와 피임 기간을 환자들에게 예진설문지에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피임을 하지 않고 임신을 위해 노력한 기간을 적으라 하면 피임약을 안 먹은 시기를 적어야 하는지, 임신을 위해 날짜 계산을 하기 시작한 시기를 적어야 하는지, 산부인과에 다니기 시작한 시기를 적어야 하는지 헷갈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도 질문이 저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난임진료를 위해 오신 분들 중에는 미혼, 동거 중인 여성, 재혼 여성들도 있고, 제가 진료실에서 단계별로 세심히 묻는다면 결혼 여부를 묻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있을 테니까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춘 의사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도.

 

네이버 검색에서 '불임'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의학정보란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피임을 시행하지 않은 '부부'여야만 할까요? '부부관계'여야만 할까요?

'불임이란 피임을 시행하지 않은 남녀가 정상적인 성관계에도 불구하고 1 이내에 임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로 정의한다'라고 바꿔야할 같습니다지금은 불임보다는 난임이라는 표현을 쓰고, '정상적인 성관계' 대해서도 추가 설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요.

 

환자에 대한 문진내용과 기록이 법으로까지 강제되어야 할 부분인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겠지만, 진료실에서 관행적으로 묻던 질문이 듣는 이에게 수치심을 있다면 의사의 질문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성별성적 지향, 결혼 여부 등에 대해 의도치 않았지만 환자가 차별받았다고 느낄수 있으니 저 또한 보다 예민한 인권감수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