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에세이

산후조리, 한국 여자들만 유난이다?

by 움이야기 2015. 5. 11.

산후조리, 한국 여자들만 유난이다?

서구 vs 비서구, 정반대인 조리방식이 오해 낳기도

미국, 영국은 국가가 제공하는 산후 관리시스템이 정착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은 모성보건센터에서 산후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가족이 도와

글 움여성한의원 원장 문현주


 


산후조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산한 여성들에게 무상산후조리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산후조리가 과연 막대한 세금을 쓸 만큼 여성건강에 중요한가'하는 비교적 건전한 토론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표적이 여성들에게 옮겨지면서 '우리나라 여성들만 산후조리라는 걸 하며 유난을 떤다', '비싼 산후조리원을 선택해 호강하며 인맥을 쌓는 치맛바람이다' 논조의 방송과 신문 기사가 나오면서 지난 주말 SNS 뜨거웠습니다.

 

산후조리가 여성건강에  중요한지에 대한 한의학적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요, 오늘은 저의 두 번째 전공인 인류학적 관점으로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과연 산후조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적 습관일까요? 답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흔히, '한국인만 유난 떤다' 입장은 서구와의 단순 비교로 나온 말들입니다. 미국을 위시한 북미나 유럽에서 여성들은 출산 직후 몸을 상쾌하게 하고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 분만 동안 힘을 쓰며 소실된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 시원한 주스를 마십니다. 회음 절개부위가 붓지 말고 통증이 가라앉도록 회음부에 냉찜질하기도 하구요. 퇴원 후에는 바로 외출을 하기도 해서 거리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을 안고 다니는 엄마들을 흔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뿐 아니라 남미아프리카, 아시아에서는 출산 찬바람에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몸의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애쓰는 '산후조리' 전통이 남아있습니다. 과테말라 여성들은 출산 따뜻한 목욕, 좌욕 등을 하는데 이는 몸의 회복뿐 아니라 종교적 의식의 의미도 갖습니다중동지역에도 한의학에서 말하는 '산후풍'처럼 산후에 뼈가 열려있어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찬 기운에 접촉하면 관절 문제를 일으킨다고 산후 외출을 금합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산후 40 정도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몸을 회복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서구와 비서구의 산후조리방식이 정반대인데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산후조리를 못 하는 서구인들은 우리보다 산후 건강 이상이 많은가요?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의 주장처럼 조리를 못 해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양인들이 산후에 몸이 여기저기 안 좋다고 느끼는 증상 대부분은 산후우울증 범주에 포함되고, 산후에 관절 통증도 나타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를 '조리를 못 해서', '찬바람을 쐐서'라고 인식하기보다는 그저 산후에 나타난 관절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른 것뿐입니다. 물론, 인종에 따른 체질의 문제, 골반구조의 문제 등이 산후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정확한 답을 찾을 있을 것입니다.

 

서구에 우리가 생각하는 '산후조리' 없을지라도 출산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산후관리' 시스템은 매우 훌륭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방문간호사나 조산사가 출산 일정 기간 산모 집을 방문하여 산후회복이 되어있는지, 신생아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모성보건센터에서 산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는 대부분 산후조리를 돕는 역할을 가족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차이 하나입니다.

 

나는 아픈 데가 없는데 검진을 해봤더니 이상이 있다는 '병이 없는 질병(disease without illness)' 있기도 하고, 나는 아픈데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질병 없는 (illness without disease)' 있기도 한데, 산후에 나타나는 많은 증상은 후자에 속합니다. '아프다' 것은 몸의 이상뿐 아니라 감정의 변화, 관계의 변화, 환경의 변화 등이 밀접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질병과 건강을 인식하는 문화/전통적 체계까지도 포함합니다. 산후증상들이 진짜 질병인지 아닌지서구에서 안 하는 산후조리가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따지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이미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후조리, 이를 잘못했을 나타나는 산후증상에 대해 어떻게 우리 사회, 문화적 환경에 가장 적합한 산후조리 가이드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산후조리라고 부르던 산후관리라고 부르던 여성의 건강에 대해 사회가 지원하는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