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산한약] 조선왕조의 순산 돕는 한약, 달생산과 불수산

출산의 고통은 '뼈와 관절이 해체되는 듯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아픔입니다.

진통이 힘들기는 하지만 진통의 과정은 동물이 태어나 자기 새끼를 핥아주는 것과 비슷한 작용으로 아기의 장기, 신경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으니 무작정 피할 수만도 없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편하게, 진통시간을 줄이면서 순산을 하면 좋을 텐데요.

 

한의학에서 순산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두 가지 약이 바로 달생산과 불수산입니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를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사도세자의 부인이며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경우도 임신 마지막 달에 달생산을, 출산일에 불수산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섯 번의 임신과 네 번의 출산을 겪으며 달생산과 불수산을 복용했고, 이는 혜경궁 홍씨 뿐 아니라 다른 왕실 여성들도 복용한 조선왕실의 임신관리 프로토콜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생산은 임신 마지막 달에 열흘 정도 복용하며 순산을 돕는 한약입니다.

순산을 위해서는 여성의 기력이 좋아야 하고 자궁수축이 원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난산의 우려가 있습니다. 달생산은 기혈을 보하는 한약, 기운을 소통시켜주는 한약으로 구성되어 있어 '임산부과 산월에 임박해서 이십 여 첩을 복용하면 순산이 되고 무병해진다'고 의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불수산은 당귀, 천궁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보통 출산 예정일, 또는 진통이 시작되면 두 첩 정도를 복용합니다. 자궁수축을 돕고 산도가 부드럽게 열리는 효능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처님 손처럼 순산을 돕는 약'으로 알려졌습니다.

 

순산 한약은 단지 과거의 약만은 아닙니다. 현대의 임상논문을 통해서도 진통시간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산부인과와의 협진연구로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된 <달생산이 초산모 분만시간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입니다.

 

임신 38주에 달생산을 복용한 초산모(Sample)의 분만시간을 기존의 연구(control Ⅰ, Ⅱ, Ⅲ)과 비교하였습니다.

달생산 복용 산모의 총 (가진통을 제외한 자궁경부 3cm 개대에서 분만까지) 진통시간(262.7±123.7분, 약 4시간 22분)이 한약 복용 없이 출산한 다른 초산모(약 5시간 37분-8시간 36분)에 비해 현저히 짧았습니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자궁이 3cm에서 5~6cm 열리는 분만 1기 활성기의 진행에 달생산 복용이 도움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생산, 불수산의 복용에도 몸 상태에 따른 가감이 필요합니다.

달생산은 기소통을 돕는 약들이 많이 포함되어있어 순환이 잘 안 되는 산모에게 도움이 많이 되며,

 

허약한 증상이 심하다면 보혈하는 한약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불수산의 경우도 우리 한의원에서는 분만 시 기력소모를 고려하여 기혈을 보강하는 약을 첨가한 불수산 가미방을 처방하고 있으며 몸이 많이 허약한 산모의 경우는 녹용을 추가합니다.

 

달생산은 임신 마지막 달에 열흘 정도 복용하며, 불수산 가미방은 진통이 시작되면 2~3시간 간격으로 세 팩을 복용하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