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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임신 방해하는 염색체 이상 왜 생길까?

by 움이야기 2015. 10. 18.



화학적 임신이나 초기 유산, 시험관시술 임신 실패의 많은 경우가 배아의 염색체 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염색체의 복제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23쌍(46개) 염색체가 아닌 숫자 이상의 염색체 이수성(aneuploidy)이 발생하면서 임신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모체의 연령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번에 미국 인간유전학회(American Society of Human Genetics) 연례모임에서 McCoy 박사팀은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모체의 유전변이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참고기사 'Common gene variant linked to chromosome errors, early pregnancy loss')





연구팀은 2,400여 명의 시험관시술 환자의 46,000개 이상의 배아를 분석한 결과 rs230597이라는 모체의 4번 염색체에 흔히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가 배아의 염색체 이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에서 시험관시술 실패 경험도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임신을 방해하는 이 유전자는 왜 도태하지 않고 지금껏 남아있을까요? 학자들은 이 유전자의 존재가 생식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식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가설은 성관계 당 임신율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남녀 간의 유대감이 강해지고, 그 결과 아빠는 태어난 아이에게 더 많이 투자하며, 이는 아이의 안전과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뚫고 태어난 아이는 생식연령에 이를 때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크고, 엄마에게 받은 유전자 변이를 다시 자손에게 전달하여 유전자를 존속시키는 것입니다.


임신이 잘 안 되거나 유산이 반복되는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염색체 이상이 반갑지 않겠지만, 양보다는 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한 진화적 선택이라고 본다면 건강한 몸을 만들며 조금 더 기다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초기 임신손실을 유발하는 염색체 이수성은 산발적으로는 나타나지만 반복되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