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임이야기

난임치료의 심리사회적 돌봄: ESHRE 가이드라인

by 움이야기 2015. 11. 11.

생식 건강을 연구하는 유럽의 가장 큰 학회, ESHRE(th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에서는 최근 의료진들이 난임 환자를 진료, 치료할 때 유념해야 하는 심리사회적 돌봄(psychosocial care)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습니다.






12개의 핵심질문에 대한 120가지 권고사항(recommendations)으로 구성된 이 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진행된 난임 관련 연구들, 특히 사회/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두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첫 번째 섹션에서는 난임 환자들이 병원에서 받고 싶은 심리사회적 돌봄이 어떤 것인지, 이러한 돌봄이 환자의 삶의 질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고요. 두 번째 섹션에서는 치료 전, 치료 중, 치료 후 난임 환자가 필요로하는 사회 심리적 지원이 무엇인지, 의료진들은 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풀어줘야 할지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는 난임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난임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많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1/3가량의 환자가 임신하지 못한 채 치료를 중단하며, 임신 과정 중에도 불안감이 높다고 합니다. 따라서 의학적 치료로 임신을 도와주는 것 외에 환자의 사회심리적 어려움을 돌보는 것도 의료진의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이 가이드라인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중요 내용을 간추리면


-불임의 정서적인 면에 대한 이해와 관심 필요, 섬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리 사회적 돌봄

-부부가 함께 치료 과정에 참여

-대기시간 길지 않게, 서두르지 않는 진료, 개별화된 진료

-검사, 치료 전 미리 자세한 정보 제공: 불안 감소, 치료에 대한 협조

-치료 과정에서 여성의 스트레스 높고, 남성의 고립감 높다.

-난임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회피 경향, 낮을수록 적극적 대처 경향

-실패한 보조생식술 이후 심리적 보살핌 중요

-심리적 취약 환자는 심리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도록





난임 치료에서는 몸의 문제를 넘어선 세심한 심리사회적 돌봄이 중요합니다. 삶의 질을 높여줄 뿐 아니라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면서 임신 성공률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일선에서 난임 부부들을 만나는 의료진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어려움의 구체적 실체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파악하여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에 대해서는 치료자도 잘 모르기에 난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럽에서 오랜 기간, 방대하게 이루어진 심리/사회적 연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난임 부부가 겪는 어려움을 본인의 목소리로 드러내는 질적 연구, 다양한 설문지나 측정도구를 이용한 통계연구들이 있었기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었겠지요.


우리 사회에서도 난임 부부들의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건강을 살피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