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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이야기] 여왕마저도

by 움이야기 2016. 4. 1.

첨벙 뛰어들고 싶은 쪽 빛 바닷가에서,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길 바라는 결혼식장에서, 단 하루를 위해 모든 걸 바친 시험장에서···. 왜 월경은 꼭 그럴 때만 골라 터질까요?

꼼짝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 조절되지 않는 분노와 우울을 겪으며 "월경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을 꿈꿔본 여성, 아마 많을 겁니다.


SF 작가 코니 윌리스의 단편소설 <여왕마저도>는 '아이쿠, 맙소사. 예전에는 모든 여성이 매달 이 불편한 월경을 했단 말이야? 여왕마저도?'라고 개탄하는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악성종양을 치료하는 약물이 우연히도 자궁내막을 흡수하면서 월경을 멈추게 했고, 이후 대부분의 여성은 임신 시도 기간을 제외하고는 '회피장치'를 이용해 월경 없는 삶을 살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회피장치 없이 월경을 하겠다며 '사이클리스트'라는 단체에 가입을 선언한 퍼디타 때문에 온 집안이 난리가 났죠. 의사인 외할머니, 협상중재인 친할머니, 판사 엄마, 언니와 조카까지 집안의 모든 여자가 퍼디타의 월경을 만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겨우 월경으로부터 해방되었는데 왜 20년 전의 압제의 시대로 돌아가려 하냐'며 이를 막으려는 가족들과 '인공적인 것으로부터의 자유, 신체를 통제하는 약이나 호르몬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사이클리스트 안내자의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졌고요.


월경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요?

공상과학 속이라면 나쁠 것 없죠. 날짜 계산 안 해도 되고 아프지도 않고 그저 편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호르몬의 인위적 조절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요. 매 달하는 월경에는 난소뿐 아니라 시상하부, 뇌하수체 등 여러 호르몬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딱 월경, 그 부분만 껐다 켤 수는 없거든요.

게다가 월경은 여성의 건강을 나타내는 몸의 메신저 역할을 하죠. 몸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월경에 이상이 오는데요. 불규칙한 월경주기, 심한 월경통을 몸이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건강을 살핀다면 큰 질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지요.


소설 속에 나오는 맥그리거 식당이 전 참 맘에 들더라고요. 식탁 사이에는 텃밭이 있고 주렁주렁 달린 완두콩을 배고프면 따먹어도 되고요. 구식이라 놀림 받아도 저는 그냥 '사이클리스트'처럼 월경하며 자연스럽게 살래요. 맨발로 흙을 밟으며 꽃과 나무를 즐기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