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해, 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이 많은 변화와 사건, 사고의 한해를요. 개인적으로는 2년간의 영국생활을 끝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학문의 세계에서 다시 임상의 장으로 복귀한 또 한 번의 전환의 시기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진료실은 포근했습니다. 비록 2년 새 임신을 기다리는 환자분들의 평균연령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복잡한 치료케이스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함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 차곡차곡 쌓이는 임신보고는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둘째 임신을 위해 오랜만에 다시 진료를 오신 분들, 귀국 소식을 듣고 일부러 한의원을 찾은 분들, 모두 반갑게 만났습니다.
2014년은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너무 아픈 한해였습니다. 295명의 사망자,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남긴 ‘세월호’사건은 충격이었고, 분노였고, 좌절이었습니다. 임신을 돕는 치료자로서 한 생명을 품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일인 줄 알기에, 그 또래의 딸을 둔 엄마로서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나간 아이가 돌아오지 못하는 억장의 무너짐에 마음 포개며, 여전히 미궁 속에 있는 진실을 두 손 모아 기다립니다.
2015년은 을미년, 양의 해입니다. 2003년 양의 해에 시작한 움여성한의원이 12간지를 돌아 또 다시 양의 해를 맞습니다. 세월의 연륜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치료, 개개인의 다양한 상황을 세심히 살피는 진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건강이라는, 임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그 길에 든든히 손잡아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건강정보들을 분석해 쉬운 말로 전달하는,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새해에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건강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 그물망처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법, 개인의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적 환경도 2014년보다 나아진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박하게 허둥거리며 살기보다는 모두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을 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아이를 원하시는 가정에 건강한 임신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움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지치지 않게, 효과적인 일-생활의 균형잡기 (0) | 2015.01.09 |
---|---|
잠 잘자고 새해 목표 이루기 (0) | 2015.01.05 |
따뜻한 곳에서 운동해야 다이어트 효과 높아 (0) | 2014.12.26 |
[책이야기] 속죄 (0) | 2014.12.22 |
[칼럼] 다음 한 해의 건강을 좌우하는 겨울철 섭생 (0) | 2014.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