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 편지] 진료실에서 끄적이는 몇 가지 이야기
하나. 제주산 귤 두 박스가 물어 온 행복 *2010년 10월 13일
오늘 한의원에 제주산 귤 두 박스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무슨 영문인가 했더니..
2005년에 치료받으셨던 환자분이 보내주셨네요.
환절기에 맛있는 귤 먹고 감기 걸리지 말라고요.
임신을 위해 오셨다가 지금은 행복한 세 아들의 엄마가 되신 분이시죠. 벌써 오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잊지 않고 안부 전해주시고, 깜짝 선물도 주시고...정말 감동입니다.
안 그래도 요즘 기침 콜록 이었는데...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마음 따듯, 행복 가득한 수요일 오후입니다.
둘.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가을 *2010년 9월 30일
엊그제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과 함께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죽음을 앞둔 노신사 두 분이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여 이루어가는 감동적인 영화였지요.
우리 아직 꿈꿔도 되겠죠?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번 주말에는 저도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려합니다.
쓰윽, 스치듯 지나가버리는 이 소중한 계절에
모두들 행복하시길.
셋. 조금 긴 여행을 다녀와서... *2010년 9월 30일
좀 긴 휴식을 했습니다. 명절을 끼지 않고는 한의원을 오래 비울 수 없어서 큰 맘 먹고 다녀온 여행이었지요. 혹시 그동안 급한 환자분이 계시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진료시작 첫날, 둘째 날 다섯 분의 임신보고를 주렁주렁 받았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제가 환자복이 좀 있지요. ^^
적도를 넘어가서 눈 구경을 하고 왔는데 돌아오니 일주일 만에 깊은 가을이 와있네요.
차가운 공기, 파란 하늘..
누군가의 말처럼 지구가 조금씩 자전하는 게 아니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후다닥 움직이는 듯, 확 바뀐 날씨입니다.
이 가을에는 좀 더 넉넉하게, 여유롭게, 그리고 건강하게!
조금 빠른 눈 구경, 함께 하실래요?
넷. 7년의 세월을 돌아보며...그리고 다시 지금 *2010년 10월 11일
왠지 꽉 찬 듯한, 풍요로운 느낌이 드는 시월입니다.
진료실에서 내다보는 북한산의 모습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비가 유독 많았던 여름, 비구름 속에 자주 숨던 북한산 봉우리는 이제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속에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이 자리에서 매일매일 산을 바라본지도 칠년이 지났네요.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라는 거창한 모토를 걸고 시작한 움여성한의원도 이제는 잠깐 숨을 고르며, 잘 돌아보며 가야 할 시기가 된 듯합니다.
단순한 질병의 치료를 넘어 의사와 환자가 함께 ‘몸’과 ‘마음’을 살피고, 연대하고 공모하는 장(場)을 좀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의사도 환자도 함께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에 홈페이지 리뉴얼을 하였고, 뉴스레터 발간을 시작합니다.
치료를 마친 후에도 어떻게 지내시는지, 그때 그 아이는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이런저런 안부와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도란도란, 속닥속닥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그 공통의 분모를 바탕으로 다양한 담론들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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