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비롯한 많은 영장류는 임신이 가능한 가임기를 온몸으로 '광고'합니다.
'나 지금 배란기임. 후손을 원한다면 지금!'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대표적인 몸의 신호가 성기 주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고요, 피부색이 붉게 변하기도 합니다. 암컷의 가임기를 알게 되면 수컷 입장에서는 임신이 가능한 기간에 성관계를 집중적으로 해서 후손을 남길 수 있으니 효율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영장류 동물들과는 달리 배란기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왜일까요?
진화학자들은 인간도 원래는 배란기를 드러내는 특성이 있었지만, 비용 대비 이득이 크지 않아 서서히 퇴화한 것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는 배란기에 여성이 더 매력적이고, 예뻐 보이고, 건강해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합니다. 가임기(배란기)에 찍은 사진과 임신 가능성이 없는 배란 후기에 찍은 여성의 사진을 비교했을 때 많은 사람이 배란기 사진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실험 결과들이 여럿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논문('Changes in women's skin color over the ovulatory cycle are not detectable by the human visual system')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배란기 여성의 얼굴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지, 동물들의 가임기 신호처럼 색의 변화가 있지 않은지를 조사하였습니다. 22명의 여성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환경에서 한 달간 사진을 찍어 정밀 분석기를 통해 색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얼굴색이 월경 이후 점차 붉어져 배란기에 최고조에 이르고, 배란 이후 유지되다가 월경 시작과 함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밀분석을 통해서는 월경 주기에 따른 붉은색의 변화가 뚜렷하지만, 이 정도는 사람의 눈으로는 간파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합니다. 2.2 unit 이상의 차이가 날 때 사람의 눈으로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데, 이 실험에서 나타난 최대 변화는 0.6 unit 정도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인간도 다른 영장류처럼 가임기를 드러내는 특징이 있었으나 진화의 과정에서 퇴화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여성이 배란기를 감추는 것이 성공적인 생식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배란기를 드러내는 경우 후손을 남기고자 하는 많은 남성이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의 아이가 아닐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에 대한 영아 살해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많은 아이보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남기는 것이 '성공적인 재생산'에 더 유리할 수 있는데 가임기에 아무 남성이나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지요. 그런데 공개적으로 가임기를 광고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남성에게는 치장을 통해 가임기를 드러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후손의 재생산에 있어서 여성이 수동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똑똑한 자손을 얻기 위해서 퇴화했던 가임기 광고를 스스로 하며 내 아이의 아빠를 직접 선택한다는 여성의 능동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뉴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로와 난임] 40시간 이상 초과근무, 임신까지 오래 걸려 (0) | 2015.08.18 |
---|---|
분만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crowd birthing" 증가 (0) | 2015.07.29 |
배란장애, 난소낭종 위험 높이는 진통제 복용 주의해야 (0) | 2015.07.12 |
난임과 햇볕: 일조량 높을 때 임신에 유리 (0) | 2015.07.02 |
하이힐을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한 Tip (0) | 2015.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