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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여성마음연구소

[움 데이트] 마흔 살, 건강한 엄마가 된 정진욱씨 “불임기간은 내게 꼭 필요했던 임신 준비기간”

by 움이야기 2011. 4. 19.

[움 데이트] 마흔 살, 건강한 엄마가 된 정진욱씨

“불임기간은 내게 꼭 필요했던 임신 준비기간”


움여성한의원에서 불임 치료를 받고 지금은 예쁜 아가의 엄마가 된 정진욱씨와 문현주 원장님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즐거운 수다를 나눴습니다. 불임과 임신의 과정을 거치면서 겪었던 이런 저런 경험들을 소개합니다.

<정리: 조수정>




❶ 왜 여자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요?

그 '당연시 되는' 욕구에 대한 이야기

❷ 불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요?

그 심리적 고통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

❸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여자의 몸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병원과 의사, 외부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❶ 왜 여자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요?

그 '당연시 되는' 욕구에 대한 이야기


문: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과정을 보면, 아이를 “왜” 낳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그렇게 깊이 안 하는 듯해요. 내 경우엔 한의원에서 워낙 불임여성을 많이 만나다 보니 나 스스로 불임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아이 가지는 것에 대한 절실함이 자연스럽게 컸어요.

정: 난 애를 그렇게 낳고 싶어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불임의 기간을 두려워했을까. 아이를 못 가진다는 게 굉장히 스트레스가 되었죠. 주위 압박 때문인지, 내 생물학적 몸의 정체성 문제 때문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남편이 미국인이기도 하고 환경이 시부모님 압력, 이런 건 없었는데...

문: 근데 남편이 원하셨죠?

정: 압력까진 아니지만 저보단 많이 원했죠. 입양도 생각하고 그랬으니까. 그런 게 부담이 되긴 했어요. 한편 저도 아이 없이 둘이 살면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은 들더라고요.

조: 아무래도 나중을 생각하게 되는 거겠죠?

문: 처음에야 좋아서 살지만 아이가 없으면 부부관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싶고. 아이가 결국 둘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가 될 것이란 생각, 그런 불안감이 존재하는 듯해요.


정: 어떻게 보면 내 여성성을 아이 낳는 걸로 확인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불임이라는 게 내가 뭔가 생물학적으로 잘못된 건가 혹은 여성성이 결여된 건가, 하고 불안하게 만들죠. 남편과의 관계에서 끈을 놓치게 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요. 또 한국사회에선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내가 가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 즉 일종의 권력 획득 같아요.

조: 나, 애기난 여자야, 뭐 이런 거요.


문: 그래, 맞아. 남자들 군대 갔다 온 얘기 한참 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애기 낳은 얘기하잖아요.

조: 잠깐 제 얘길 하자면. 전 단순히 아직,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비혼 자체를 지향하는데요. 함께 살진 않지만 같이 늙어갈 파트너는 있고 아이는 낳지 않고요. 근데 아이들에 대한,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은 많죠. 직접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이런 일반적인 삶의 형태에서 한 발 벗어난 나 같은 사람도 섞여 산다는 게 자연스럽게 인정되면 좋겠어요. 겪지 않으니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선택, 이라고 생각해요.

정: 그래요, 선택이죠, 제 생각에도요.

문: 하지만 이게 선택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애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미리 충분히 고민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떤 압력에 의해서 하게 된다는 거죠.

정: 네, 보통의 경우가 그래요. 주변 어른들이 기대를 하는 거죠. 옛날처럼 압박까진 아니어도 무언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아야 키워준다, 뭐 이런 것도 있고요.

조: 그건 압박이 아니라 협박이네요? (웃음) 근데 그 욕구라는 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거잖아요. 모든 사람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는 게 원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는 좀 답답해요. 흔히 저출산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이를 낳아 키우는 조건이 열악해서, 라고만 단정하다 보면 여성의 욕구에 대한 부분은 별로 고려하지 않게 되는 듯해서요.

문: 그래서 욕구가 있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욕구가 없는 건 자꾸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죠.

정: 저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분에 있어서 능력이 되도 내 우선순위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가정책에 대한 불만, 뭐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요.

조: 그리고 애를 낳는 것에 대한 경외감, 키우는 과정에서 인간이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경험들에 대한 존경심은 있는데 근데 그게 응원은 하고 싶은데 부럽진 않아요.

정: 이게 좀 신화처럼 포장된 측면이 있죠.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으로 시작하는 뭐 그런.

조: 우리가 이런 얘기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지, 삼십 초반 뭐 이러면 씨알도 안 먹히죠. 더 먹어봐, 더 살아봐, 이러기 일쑤고.

문: 아직 젊어서 그래, 어려서 그래, 이런 거지.

정: 주변 친구들을 봐도 분명한 문제의식까진 아니라도 비슷한 게 있어요. 우울증도 많고요. 내 경우도 아직까지 애가 없었으면 내가 할 수 있었을 일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요. 물론 애는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럽지만 그것과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욕구가 크죠. 애가 있으면 이런 부분을 얼마만큼 포기하고 희생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걸 미리 알고 충분히 고민하고 대비했다면 좋았겠다 싶어요.

문: 그러니까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스텝으로 가줘야죠. 제 경험상 너무나 간절하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던 사람이 오히려 아이를 낳고 나서 산후우울증이 심한 걸 많이 보게 되요.

조: 각오가 안 되어 있었던 거죠.

문: 그죠. 임신 자체가 너무 절실했었기 때문에 낳은 다음에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특히 불임의 경우 질병으로 보고 거기에 대한 치료에만 매달리지 말고 정말 이게 내 욕구인가 사회적 욕구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조: 움여성한의원 자체가 내세우는 게 “내 몸이 건강하면 자연임신이 가능하다.” 라는 거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그런 자기 욕구를 분명히 인식하고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이 함께 치료가 됐을 때 몸도 더 건강해질 거고 그럼 임신이 더 잘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 맞아요. 임신의 문제를 자신의 욕구로 건강하게 받아들였을 때, 몸과 마음이 협조가 잘 된다고 해요. 심리학에서도 그런 연구를 하죠. 인공유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아무 이상이 없는 데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죄책감 같은 게 남아 있어서 아이가 오는 걸 방해하는 거죠. 습관성유산의 경우도 나는 임신을 원한다고 하지만 무의식 속에 임신을 원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는 거죠. 나의 무의식은 다 알아차리는 거지. 임신을 해야 하는지 아닌지. 이런 경우들은 내 몸과 마음이 협조가 잘 안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❷ 불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요?

그 심리적 고통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

정: 첫째는 내가 왜 불임 상황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났으니까 거기에 대한 어떤 욕구가 나도 모르게 있었던 거 아닐까. 사회적 압박도 작용을 했겠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저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을 했던 거죠.

당시에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불임을 겪는 기간이 내게 주어졌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임을 불안해하는 것의 문제가 애초에 임신을 너무 쉽게 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에요. 계획만 하면 한 두 달 사이에 바로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죠. 저희도 그랬거든요.

근데 그때 만약 바로 됐으면 저도 몰랐을 거예요. 그랬다면 내가 얼마나 건강한 상태에서 애를 낳았겠나 싶어요. 그러니까 그 기간은 일종의 준비기간이기도 했죠. 내가 얼마나 이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지 생각도 해볼 수 있었고. 또 병원을 다니면서 서양식 의료체계의 문제점도 직접 경험하게 됐고요. 결국은 이 과정에서 몸에 대해서도 찬찬히 돌아보게 되고 그만큼 내가 간절히 원해서 낳은 애니 잘 키워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되었어요.

문: 한 번은 꿈 얘기를 하고난 후 이런 대화를 나눴었죠. 그 이후에 밝은 얼굴로 오셔서 “지금까지는 남편의 욕구로 아이를 원했던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까 제 안에도 욕구가 있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나니까 이제 꿈을 안 꾸네요.” 하셨죠. 그 주에 임신이 됐어요.

정: 네. 제가 임신을 시도한 후로 배란일 즈음만 되면 임신이 안 되는 신호를 주는 꿈을 꿨거든요. 마당에 크고 아주 싱싱한 수박이 열렸는데 꼭지가 잘려있다거나 하는. 꿈 이야기를 선생님께 했더니 “꿈은 예언을 하는 게 아니라 의식을 반영하는 거다,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신호를 몸에서 보낸 거다. 지금 몸이 아주 좋은 상태니까 충분히 임신이 가능하다.” 라고 하셨죠. 아, 그렇구나, 싶었어요. 그 후엔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성공했죠.

문: 불임을 극복하는 기간이 몸을 준비하는 과정도 되었겠지만 임신을 온전히 나의 욕구로 받아들이면서 잘 키울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과정도 되죠.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몸과 마음이 다 준비되었을 때 오는 거 같아요.

정: 처음엔 계속 힘들어하고 좌절하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정말 누구의 욕구인가, 남편 때문에 낳으려는 건가, 이러다 그게 아니라 나도 간절히 원하는구나, 알게 되었어요. 내 욕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준비기간이 되었던 셈이죠.

 

❸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여자의 몸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병원과 의사, 외부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정: 처음에 큰 병원을 갔는데 바로 호르몬주사를 놓고 바로 배란유도를 하고 그런 식이었어요. 뭐랄까. 영혼이 있는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몸뚱아리구나 싶어지더라고요. 또 몸 전체를 고려해서 보는 게 아니라 단순히 배란 많이 시켜서 확률을 높이는 방식. 겁이 나더라고요. 내 몸은 정상이라는데 왜 여기에 뭔가 인위적으로 막 약을 써야 하나. 정상이면 자연스럽게 임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반면 제가 경험한 한방의 장점은 최소한 몸은 건강해진다는 것이었어요.

조: 병원이라는 곳의 분위기가 이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면서도 내 몸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고 거의 몰아치듯이 통보하듯이 하는 측면이 있는 듯해요.

정: 네. 근데 계속 임신이 안 되고 그래서 결국 저도 자연임신을 포기하고, “사실 나이가 많기는 많으니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게 합당하다”고 체념하면서 인공수정 전문 병원을 찾았어요. 근데 여기선 완전히 기계로 찍어내듯이 시술을 하더군요. 한 방에 4명의 여성이 얇은 커튼을 사이에 두고 줄줄이 누워 있으면 의사가 들어와서 똑같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정액을 주입하면서 “자~알 됐습니다.” 하면서 시술을 했는데요. 이게 무슨 붕어빵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아무리 불임이지만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더군요.

조: 만약에 여기서 끝나고, 성공했어도 찜찜했을 거 같아요. 이런 거야? 이거야? 애 낳는다는 게 이런 거야? 머 이런 자괴감이 들었을지도.

정: 네. 이런 식으로 애를 낳는다는 거, 됐어도 마음이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애 낳는 게 숭고한 과정이잖아요. 이게 얼마나 큰 결과를 낳는 출발점인지, 한 인간을 낳는다는 게 단순한 일이 아닌데... 정말 여자들의 몸이 이런 취급을 받는 구나 싶었어요. 모성의 신화를 강조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업은 신성한 작업이고 엄청난 일이잖아요. 그 몸에서 배가 이만큼 부르고 거기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는 거잖아요.

조: 그걸로 인류가 존속되는 거고,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인데 말에요.

문: 근데 내가 아쉬워서 간 거니까 뭐라고 불평도 못 하는 거죠. 이런 건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러지 못하죠.

정: 그게 내 몸에 관한 거니까 머라고 못 하는 거죠. 혹시라도 불이익 당할까봐. 의사들은 또 불평하는 거 싫어하잖아요. 그리고 항생제, 스테로이드 처방을 남발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 있었는데요. 이걸 꼭 먹어야 하나요, 하면 완전 분위기 확 달라지죠. 왠지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게 되고. 그래서 뭔가 이상하고 불편해도 감수하고 다 그러려니, 하게 되요.

조: 그러다 누군가 하나가 따지고 들면 유별나다, 소릴 듣게 되는 거고요.

정: 그래서 주변에 몸을 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한의원을 소개하게 되는데요. 그러면 대부분 반응이 많이 들어봤다, 한약 먹어봤다, 그리곤 역시나 바로 배란유도제 쓰다가 인공수정으로 가더라고요. 끌려가는 거죠. 내가 어쩌겠어, 이렇게 되고.

문: 그래서 결혼하고 대부분 1년도 안 돼서 한 6개월 노력해보고 안 되면 바로 인공수정, 이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임신도 반드시 병원에서 해야 하는 게 되어 가는 거죠.

정: 다들 그렇게 하니까. 이게 자연스런 일반적인 하나의 과정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문: 그래서 이제 아이를 낳는 과정이 낭만적인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병원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 간다는 거죠, 자꾸.


정: 안타까워요. 애를 낳는 과정은 단순히 기계적인 게 아닌데 말이에요. 어떻게 기를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고 진짜 총체적인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 영혼과 육체가 함께 건강한 상태에서 낳아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분리되는 거 같아요. 

문: 그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는 거요. 내가 불임이 아니더라도 애를 갖고 낳기까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고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회가 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정: 전 운 좋게 문원장님 만나서 너무 좋은 과정을 거칠 수 있었죠. 위축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몸이 먼저 건강해야지 임신해도 아기가 건강하다는 걸 많이 강조해 주셨고요. 그러면서 선생님에게 점차 신뢰가 생기더라고요. 사실 첨부터 신뢰를 갖고 간 건 아니었거든요. 내가 임신이 안 되더라도 이건 좋은 인연이고 도움이 된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 사실 내가 다 임신시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근데 그걸 못하는 건 확실해요. 그렇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 돕고 그 사람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임신이 안 되더라도 나중에 또 만날 수 있는 거고 그게 서로에게 좋은 거고.

정: 그동안 다른 의사들에게서 느낀 건 나를 인간으로 생각해주고 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구나, 그냥 자기 일일 뿐이구나 싶었거든요. 선생님은 오는 환자한테 정말 진심으로 임신이 되길 바라고 진심으로 돕길 바라고 그런 마음이 전달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나랑 통하는 사람이구나, 믿음이 갔죠. 얼마나 용하냐, 이런 게 아니라 정말 마음을 써주는 곳이었어요. 인생에서 좋은 인연,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문: 굉장히 많은 환자들이 왔다 가고 그 기간 동안엔 친밀하게 만나게 되죠.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문제 해결까진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힘든 얘기들을 털어놓고 그러면서 스스로 정리하고 돌아가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의사도 늘 긴장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죠. 나의 말 한마디나 태도, 실수가 단순히 내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늘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정: 환자도 무조건 병원과 의사를 맹신할 건 아닌 거 같아요. 자기가 알아보고 확인하고 그래야죠.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가, 이지 저 사람이 나한테 무엇을 하길 원하는가, 이건 아니죠. 어찌됐든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임신”이 아니라 먼저 자연임신이 가능하도록 내 몸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자기 욕구를 잘 돌보고 또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잘 도울 수 있는 의사를 만나야겠죠. 전 그런 면에서 운이 좋네요. 그런 의사를 만나 좋은 경험을 했고 결과도 좋았고 또 그 인연이 이어져 이렇게 즐거운 수다도 함께 할 수 있었고요. 고맙습니다.

문: 저도 즐거웠고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우리,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