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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건강불평등, 비만은 궁핍의 문제

by 움이야기 2015. 12. 4.

여전히 신분, 계급의 차이가 존재하는 영국에서는 그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슈퍼마켓을 보면 대략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상품의 오가닉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웨이트로즈(Waitrose)나 막스앤스팬서(Marks and Spencer)는 주로 중상류층 이상이 많이 이용하고,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중류층들이 주로 쇼핑하는 마트입니다. 대형마트 테스코에(TESCO)는 저렴한 물건들이 많아서 서민들이나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죠. 아사다(Asada), 알디(Aldi), 리들(Lidl)에는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저렴한, 특히 간편 조리 식품이나 냉동식품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주로 생협을 이용하면서 가급적 가족들을 위해 유기농 음식을 준비했지만, 영국에 있을 때는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그럴 수가 없었지요. 고기나 계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저렴한 슈퍼마켓을 이용할 수밖에요.


최근 영국 신문 <가디언>에 '비만은 무시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궁핍의 문제'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영국 역시 비만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고,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9시 이전에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가난한 지역 아이들의 비만율이 약 25%로 풍족한 지역 아이들의 비만율(11%)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그러나 비만의 진짜 문제는 정크푸드가 아니라 가난이라고 필자는 강력히 주장합니다. "왜 로컬마트에서 신선한 야채를 사서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런 간편한 냉동음식, 칼로리 높고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저렴한 음식이 유일하게 빠듯한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리처드 윌킨슨은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책에서 풍요롭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 인간은 병들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질병의 책임을 개인의 잘못된 식생활, 운동부족, 과로 등으로 돌리기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환경을 세심히 살펴야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