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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경제적 스트레스, 임신에 큰 영향

by 움이야기 2016. 5. 23.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의료사회학자 리처드 윌킨슨의 주장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보다 질병 위험이 훨씬 크고 평균 수명이 짧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평등해야 임신할 수 있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스트레스가 되어 건강한 임신을 방해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학술지 <Fertility & Sterility>에는 '난임의 사회적 결정인자(Social determinants of Infertility: beyond the obvious)''라는 제목의 논문 한 편이 발표되었습니다.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자로 보통 개인의 건강이나 생활습관 등을 주로 생각하며 어떤 약물을 쓸지에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은 개인이 처해있는 경제적 상황을 포함한 사회적 환경을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하는 첫 번째 근거는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배란유도 인공수정에서 1년에 5만 불 이상의 수입을 얻는 여성의 생존아 출산율이 5만 불 이하의 수입을 얻는 여성보다 2배가량 높다는 최신 연구 결과입니다.




900명의 원인불명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클로미펜, 페마라, 고나도트로핀 등으로 배란 유도 후 인공수정을 한 후 결과를 분석했는데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흔히 임신에 큰 영향을 미칠 거로 예측하는 흡연이나 음주, 비만도(BMI), 난소예비력을 나타내는 호르몬인 AMH 수치는 임신 결과와 별 관련이 없었고요. 대신 나이와 함께 경제적 수입이 임신 결과를 예측하는 강력한 인자로 밝혀졌습니다. 5만 불 이상의 고소득 그룹이 저소득 그룹보다 임상적 임신율이 약 1.7, 생존아 출산율이 2배가량 높았고요. 저소득 그룹에서 유산율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하위 계급 원숭이의 생식기능 저하를 확인하였습니다. 월경주기가 길어지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였지요




개인의 경제적 상황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 침체도 여성의 생식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신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덴마크는 모든 여성의 임신, 출산 기록을 국가가 관리하여 자료의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요. 국가의 경제 상황과 유산율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만 건이 넘는 자연유산 기록을 월별로 분석하였는데요. 실업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달의 바로 다음 달에 자연유산율이 특이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이 생식 건강을 해치며 임신유지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10년간 8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쓰고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최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위에 소개한 연구들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제적 수입과 일자리, 사회적 평등 등 사회적 환경의 개선이 임신을 돕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